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

🔖 나는 어디까지 가려고 이 차를 탄 걸까요.

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따 내리기 전에 그 대사 한 번만 더 들려주세요. 대체 어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. 그다음 회부터 완결까지 듬성듬성 건너뛰었고 결말이 기억 나지 않는데, 주인공은 잃어버린 신수를 어떻게 되찾았나요? 못 찾았어요? 끝까지 신수 없이 경기를 해냈어요? 그 시대 만화치고 혁명적인 발상이긴 한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더 만화적이네요. 신수의 힘도 빌리지 않고 최소한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행하거나 도약했다는 거잖아요? 단지 주인공이 뒤늦게 정신 차리고 그전까지 직진 일변도이던 길의 방향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? 그런데 어디까지 가야 그 길이 내가 가려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, 사람은 알게 되는 거죠? 어디까지 갔을 때 사람은 자신의 심연에서 가장 단순하며 온전한 것 하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되돌아올 여지를 찾을 수 있거나, 아니면 되돌아올 길이 없어 그대로 다리 아래로 몸을 던져버리게 되는 걸까요?